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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 +1

묵공

2015. 7. 30. 19:45

묵공 墨攻

원작 사케미 켄이치

그림 모리 히데키

서현아 옮김 (시공사, 2014)


8권짜리 만화책으로 일본 소설가의 원작에 만화가의 작화로 약 2천 3백여년 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묵자 혁리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책의 설명에 의하면 전국 시대에 반전론자들로 墨子(기원전 480~390년 경)의 뜻을 이어받은 이들이며 전쟁이 살인행위이며 사람으로써 최대의 불의임을 주장하며 묵자 교단은 성읍 방어전에 한정되어 오로지 '지키는 것'에 제한된 무보수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묵가도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원래의 이상이 퇴색되고 야욕을 따르는 자들이 점점 더 생겨나게 되는데...


주인공인 혁리革離는 원칙을 고수하는 수성守城의 전문가로 묵가를 퇴색시킨 설병과 대립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없는 자가 원칙을 고수하다보면 언제나 충돌이 일어나게 마련.  아니지, 원칙을 고수하는 자는 언제나 권력에서 먼 그렇지만 실력을 갖춘 사람일 때가 대부분이지.  하여튼 이 (만화)책은 그러한 혁리의 이야기다.  2천년 전이나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은 별로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  비슷한 일이 지금도, 그것도 우리나라 땅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비단 정치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종교계도 그다지 정치판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만화에서는 묵가라는 사상이 어쩔 때는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종교집단같이 보이기도 한다.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어느정도 힘이 갖춰졌을 때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사이비같은...  물론 묵가 사상이 종교이며 사이비라는 말은 아니다.  포인트는 사람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종교나 사상이 시간이 흘러가 계승되면서 본래의 뜻이 왜곡되고 변질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일 뿐이다.  아무리 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운동에 독재정치타도를 외쳤다고 하더라도 나이를 먹어 어떻게든 정치를 시작하고 과거의 이력을 발판삼아 금배지를 한 번 달기 시작하면 예전과 같은 원칙에 충실한 진보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주변과 동화되어 별 다를 바 없는 행보를 걷는 그런 사람들.


나는 개인적으로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던가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만일 세간에 알려진 모습이 그의 본 모습 그대로라면 나는 이 만화의 주인공 혁리와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교하고 싶다.  최대한 원칙에 충실하려 했던 그의 모습을 말이다.  공격하기보단 방어 위주로, 굽히기보단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충실했던 모습.  이렇게 주제넘은 비교를 한다면 고인에게 누가 되려나.


만화는 그렇게 혁리의 불굴의 정신을 끝까지 쭉 보여주다가 뜬금없는 결말로 마쳐버린다.  뭐 일본의 미화나 그런것으로 보기는 좀 그래도 혁리가 이상향으로 선택한 (혹은 선택된) 곳이 일본이라는 설정.  아무래도 일본의 역사가 중국이나 우리나라에 비해 미천(?)하다보니 원작자의 상상이 좀 멀리 나간 것 같기도 하다는.  그래도 마지막 몇 장, 그냥 그러려니 애교로 봐줬다. 왜냐면 그 전까지의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묵공은 끝이 나고 이 여덟권은 우리 애들이 좀 더 클 때까지 종이 상자 속으로 사라져 줘야겠다.  자칫하다 애들이 펼쳐보다가 목 잘리고 피흘리는 장면이 떡하니 나와버리면 좀 곤란하니까.  아마 10년쯤은 빛을 보기 힘들 것 같은데...과연...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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