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is Clear

고령화 가족 (2013)

영화2013. 8. 26. 09:18

고령화 가족 (2013) / 송해성 감독


알고 보니 천명관이 각본에는 가담하지 않은 걸로...


덕분에(?) 영화는 약간 김빠진 사이다 같은 느낌.  재미있었던 소설에 비해 재미는 떨어지고 오히려 가족애(愛)에 촛점을 맞춘 줄거리는 특별할게 전혀 없는 평범함으로 그냥 주저앉은 듯한 느낌.  박해일-윤제문-공효진-윤여정의 캐스팅이면 거의 호화로운 수준인데 지나고 기억에 남는 것은 그저 헌신적으로 자식사랑하는 엄마역의 윤여정의 대사 한 마디.  이 대사는 큰아들이 가출(?) 후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상황에 등장한다.  잠깐 콧등이 시큰했다.  아마 엄마가 아들의 전화를 너무 반갑게 잘 받아주는 연기 때문이겠지.


다시 한 번 소설의 영화화가 쉽지 않다는 것을 되새겨준 작품이랄까.  특히 천명관의 소설은 영화로 뽑아내기 어려운 언어의 유희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소설은 오히려 드라마로 꼼꼼하게 만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어디선가 정유정의 '7년의 밤'도 영화화 얘기가 있다고 본 것 같은데 그것이 사실일 경우 이는 자칫 잘못하면 총체적 난국으로 말아먹을 수 있다.  내 기억에 원작소설을 영화화 해서 성공한 경우는 '반지의 제왕'이 약 70%, '밀레니엄'이 약 60%, '해리 포터'가 약 65%, '헝거 게임'이 약...  '고령화 가족'의 경우 대략 30%선이 아니겠는가.  영화가 고만고만한 경우 원작을 읽어라. 아마 두 배 이상의 만족감을 줄 것이다.  잘 만든 '반지의 제왕'에서 마침내 간달프가 원군을 이끌고 산을 넘어 오는 장면은 소설에서의 감동에 비하면 거의 새발의 피 수준.  이 정도로 설명이 될까 모르겠네.  아 그리고 사족으로, J R R Tolkien의 Lord Of The Rings는 Saturn과 Archon의 비유라는 설도 있다.  Archon이 뭔지 궁금하면 구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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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 천명관 장편소설 (예담, 2012)

 

'고래', '고령화 가족'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천명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권, 정말 웃긴다.  2권, 상당히 처량하다.  마치 '고래'의 속편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권도운이라는 주인공의 반생을 조카가 들어 이야기로 전달하는 방식인데 너무나도 기고한 인생의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코미디的, 영화的으로 술술술...  정말이지 천명관의 이야기는 이야기꾼이 '술술술' 얘기해 주는 듯 그저 술술술 지나간다.  아마 여태까지 읽은 소설 중에서 제일 코믹했었던 것 같다.  제일 웃겼던 것은 동천읍의 토끼 이야기.  궁금하신 분은 직접 읽어보시고 박장대소 하시길.

 

최근 소설가 중에서 정유정과 더불어 완전 다른 스타일로 쌍벽을 이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천명관.  이제 정유정의 신작이 나왔으니 천명관의 신작도 기대해본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유쾌한 하녀 마리사' 소설집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천명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참으로 글쓰기에 재능, 능력이 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최근 이분의 원작 '고령화 가족'이 영화로 만들어져 잠깐 인구에 회자되다가 결국 소설과 영화간의 괴리(?)로 인해 별볼일 없이 접고 만 것 같던데 책의 맨 끝에 저자의 후기를 읽어 보니 이제 자신의 소설 속에서 영화(계)를 무대로 삼진 않을 것이라고...  천명관 작가의 프로필을 훔쳐 보면 이분이 작가로 2003년에 데뷔한 걸로 나오고, 90년대 영화 몇 편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쪽에 상당히 발을 담그셨던 분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아무래도 소설 속에 '영화'가 소재로 등장하기 쉬울 것.  게다가 아무래도 소설의 영화화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을지도.  쓸데없는 게싱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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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고령화 가족

2012. 12. 29. 15:49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에서 천명관의 '고래'에 대한 찬사를 듣고 한동안 인터넷서점 보관함에 넣어 놨다가 지인에게 부탁하여 한달 걸리는 선편소포를 통해 받은 두 박스의 책 속에 들어 있던 '고래'와 '고령화 가족' 이 두 권을 읽어 봤다.  이동진의 말과  띠지의 선전대로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고래'였었고, 현재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단 얘기대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속도의 '고령화 가족'이었다.  독자를 갖고 주무르는 듯 거침없이 주절대는 듯한 '고래'에서는 (해설 대로) 남미의, 특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와 같은, 현실과 비현실이 마구 섞여져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접었다 하는 소설 속 화자의 모습에서 이 사람은 타고난 소설가이구나 하는 것을 클리어하게 느꼈다.  작가 천명관은 술/담이 함께 하면 아마 말도 잘 할 것 같다.  작가가 선택한 언어의 폭도 상당히 넓어서, 아주 저속하고 날 것 같은 어휘에서부터 처음보는 사자성어까지 구사하며 소설은 아무나 끄적거려 써 내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주었다.  다음 작품 '고령화 가족'은 '고래'에 비교하여 상당히 가볍고 짧아서 수루룩 한 번에 읽어 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여기에서도 나오는 캐릭터들은 개성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뭐랄까 그 독특함이 너무 강렬해서 오히려 코미디 소설이라고 할 수 까지 있을 것 같다.  물론 웃기는 장면과 허를 찌르는 대사들도 많고.  이 두 권의 소설들이 읽고 나서 뭔가 남는 그런 류의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소설=이야기이며 이야기>교훈(혹은 사상?)이라고 볼 때 그 맡은 바 역할은 충분히 해 내고 있지 않은가 본다.

 

2012/12/29 현재, 재미는 고령화 가족 > 고래.  박해일-윤제문-공효진 출연의 영화도 기대중.  영화의 각본 또한 원작자가 썼다고 하니 과연 또 어떻게 슬쩍 바꿔 놓았을지 궁금해진다.  얼핏 들은 얘긴데, 천명관이 소설가로 정식 데뷔하기 전에는 영화판에서 일했었다는... 물론 시나리오 같은 걸 썼을테지.

 

Quatermass - Black Sheep of the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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