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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 (2013)

영화2014. 4. 6. 21:16


전설의 주먹 (2013) / 강우석 감독


강우석 감독 하면 <투캅스>.  그 옛날 방배동에 서호김밥이 생긴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 안에서 여자친구와 김밥을 먹고 있었는데 무슨 영화를 찍고 있었다는, 바로 그 영화가 <투캅스1> 이었다는.  불현듯 그 친구가 영화에 우리 나온다고 얘기해줬던 기억이 난다.  (나오긴 개뿔...휙 지나가던 김밥집 안에 우리가 있었단거지. ㅋㅋ)  하여간 그 강우석 감독의 황정민-유준상-윤제문을 주인공으로 40대 중년의 싸움을 소재로 한, 조금은 자극적인 영화인 것 같다.  이 <전설의 주먹>이란 제목의 영화.


전후관계 이런건 다 접어두고 일단 본론으로! 하는 것이 영화의 시작.  <전설의 주먹>이란 XTM의 프로그램이 있고 자기만 잘 난줄아는 PD가 있고 그녀의 희생양들이 얽히기 시작한다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적당한(?) 뻥도 좀 섞고 중년이니까 애환도 좀 넣고 거기에 격투기를 접목시켜 좀 선혈이 낭자하는 남성용 영화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예전 <투캅스>에서 볼 수 있었던 왕년의 유머코드들도 좀 넣어줘서 솔직히 나는 꽤나 재미있게 봤다.  눈높이가 좀 맞았달까.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강우석이라는 감독은 상업성을 많이 추구하는 감독인 것 같다는 것도.  영화 중간에 깝죽이는 고등학교 날라리들을 패주는 장면이 좋았다.  걔네들은 정말 피도 눈물도 지능도 없는 그냥 몸만 큰 애들인데 반드시 매로 다스려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정말 그렇게 손을 봐주니 대리 만족감이 들더라는.  욕심같아서는 이요원이 연기했던 방송 PD에게도 좀 그런 매운 맛을 보여줬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두 시간 반쯤 되는 조금 긴 영화다.  격투장면이 많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남성취향의 영화이므로 피튀기는 싸움박질에 거부감이 있다면 재미 없겠지.  언젠가의 <반칙왕>같이 관객에게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주는 오락영화로써 손색은 없는 것 같다.  사당고등학교가 있긴 있는 학굔가?  89또래 같던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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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2013)

영화2013. 6. 25. 19:46

신세계 (2013) / 박훈정 감독


'세 남자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신세계'  영화 카피가 멋지다.

결국 신세계로 간 사람은 구세계로 돌아오고 싶어했던 이자성(이정재 분) 뿐.  나머지 둘은 각자의 신세계를 목전에 두고 살해당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불현듯 '신세계'라는 영화 제목이 이해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잘 지은 제목이다.  최민식이 나와서 그런가, 영화는 어쩐지 '악마를 보았다'와 비슷한 잔인함으로 다가온다.  위의 포스터에 나온 엘리베이터 씬은 어쩐지 '악마를 보았다'의 택시 씬을 연상시킨다.  방금 검색을 해 보니 역시 박훈정이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사람이었구나.  왠지 많이 닮았다 싶었더니 그랬었군...


이 영화는 역시 황정민의 연기에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사실 이정재와 최민식은 그저 황정민을 거드는 단순한 캐릭터임에 반해 황정민의 '정청'이라는 캐릭터는 무척 잔인하면서도 정을 놓지 못하는 이중적인 복잡한 감성의 인물이다.  어쩐지 광기를 비추는 황정민에게 잘 맞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나는 황정민이 하는 연기를 그다지 인정하지는 않는 편이었는데 (왜냐하면 +α로 살짝 더 과장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에) 이번에 이렇게 캐릭터 자체가 그걸 지원해주니 이제서야 딱 맞는 것 같아 보였다.  언제부턴지 정의에서 불의로 한 발짝 옮겨선 최민식도 이제 좀 맛이 가셨나...  더욱 불의한 캐릭터로 돌아오길 또한 바래본다.  이정재는 뭐...언제나 똑 같은 헤어스타일.  '하녀' 이외에서는 그닥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고...


올 초에 '신세계'-'분노의 윤리학'-'베를린'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하면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제목만보고 분노의 윤리학>신세계>베를린 순으로 마음을 두고 있었는데, 지금 모두 본 결론은 신세계>베를린>분노의 윤리학.  그래도 셋 다 기대보다 재미있었다.  그래도 올해의 영화는 아직까진 '신세계'로 해 두련다.

 

 

Strawbs - 新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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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2007)

영화2013. 3. 20. 12:10

행복 (Happiness, 2007) / 허진호 감독

 

허진호 감독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이야기를 잘 만든다.  그것도 무척이나 슬프게.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최근의 '호우시절'까지 내가 봤던 허진호의 영화는 쓸쓸하고 슬프지만 또한 묘하게 아련한 아름다움도 있었다.  영화 '행복'또한 마찬가지다.  죽음, 질병을 제쳐두더라도 불안하게 살아가는 남자 명수(황정민 분), 폐를 거의 들어내고 8년동안 산속 요양원에서 살아가는 여자 은희(임수정 분)의 짧은 사랑 이야기는 처음부터 슬픈 것이었다.  끝이 좋을 수는 없다는 걸 두 사람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은희의 말대로 이들에게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그 자체가, 그 하루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불안하게 살아온 남자에게 한 번의 유혹은 도저히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가 그 유혹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남자는 떠난다.

 

감독이 이 영화의 제목을 '행복'이라고 명한 이유는 뭘까?  영화 속에서 명수와 은희는 아주 잠깐 동안만 행복했다.  그 둘이 함께 있을 때만 행복했다.  그 사이에 술과 담배, 옛 연인과 돈이 끼어들기 전 까지 말이다.  비록 명수와 은희에게 '행복'은 잠깐 찾아왔었지만 명수는 그것을 지켜낼 수 없었다.  나는 이 영화에서 명수와 은희 둘 모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명수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고, 내가 은희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원래 나 슬픈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데 어쩌다보니 보게 되었다.  한 10분만 봐야지 했다가 끝까지 다 보게 되었던, 은근히 매력있는 영화다.  덕분에 황정민이나 임수정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졌다.  영화 마지막에 '희망의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명수의 뒷 모습이 인상 깊다.

 

아 참.  이 영화에 공효진이 '미친년'으로 나오는 걸 영화 보는 중에 알았다.  그냥 좀 반가웠다. ^^;

 

 

Songs of David Lewis 中 Everlasting Love

알려지진 않았지만 최고의 사랑 노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너무 멋진 데이빗 루이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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