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is Clear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2013)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억관 옮김 (2013, 민음사)


정말 오랫만에 읽는 하루키의 소설이었고, 2/3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이후 1/3은 밋밋하니 힘을 잃어 그냥 의무적으로 읽었고, 결국은 결말이 모호하여 나까지 힘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사물과 감정의 묘사에 있어서는 여전히 감을 잃지 않은 하루키선생이지만 역시 예전처럼 담장 너머까지 쭉쭉 뻗어 나가기에는 스윙 후 팔로우 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책의 뒷면에 보면, '어느 날, 문득 떠올라서 책상 앞에 앉아 이 소설의 맨 처음 몇 행을 쓰고는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인물이 나올지, 어느 정도 길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반년 가깝게 이 이야기를 묵묵히 써 왔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래서 결말이 이런 것이었는가 싶기도 하다.


작가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데 등장인물의 연령은 제자리이거나 젊어진다.  여전히 남자 주인공에 성격은 예전과 비슷.  스스로 무엇하나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지만 알고보면 언제나 특출난 구석이 있다던가 하는 그런 것.  특히 언제나 여자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은 하루키가 섹스를 단순 쾌락이 아닌 영혼과 영혼의 결합으로, 어떤 계시나 암시의 매개체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  여전히 수영을 열심히 하는 주인공.  등등...  이 사람의 소설을 읽고 있다보면 재즈바에서 칵테일을 홀짝 거리고 싶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오무라이스를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한가한 수영장에서 자유형으로 왔다 갔다 해 보고 싶으며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하다.  그 감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작가도 대단하다.  나왔다 하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그 선인세가 대단하다고 하기도 하고, 뭐 몇 년에 한 번씩 새로 나오는 소설책이라면 사서 보기는 하겠는데 이제는 내가 나이가 들어버렸는지 젋은 시절 흠모하던 하루키風에 다시 휘말리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제목 때문인가.  읽고 나니 어쩐지 색채가 없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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