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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013)

2014. 2. 28. 15:15

28 (2013) / 정유정 장편소설 (은행나무)


근래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한국 소설의 작가들은 천명관과 정유정.  작년에 정유정의 신작 <28>이 출간되었고 그걸 이제서야 읽었다.  전작 <7년의 밤>과 기본적인 느낌은 비슷하다.  기름기를 쪽 뺀 듯한 문체와 각 인물이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개의 관점까지 포함되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여전히 굉장한 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재미있는 소설을 써내고 있었다.


<28>은 28일 동안 화양(아마도 火陽)이 아닐까)이라는 고립되어 버리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섯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개의 시점으로 그린 소설이다.  재난 영화라는 쟝르가 있듯이 쉽게 보면 재난 소설 아닌가 할지도 모르지만, 소설의 촛점은 재난과 그에 의한 상황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가진 등장인물들의 몸부림에 맞춰져 있어서 책의 띠지에 쓰여있는 것 처럼 오히려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최근 <7년의 밤>이 영화화 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던데 과연 영화가 책만큼의 절박함과 광기를 그려낼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이 소설 또한 무척이나 비쥬얼적 느낌이 도드라지는 장면들이 있었다.  아마 영화 감독이 읽었다면 꽤나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머리 속에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28>을 <7년의 밤>과 비교할 것 같다.  개인 적인 생각으로는 역시 갑자기 등장한 괴물 같았던 <7년의 밤>에서 받았던 놀라움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칼 날이 파랗게 선 단도같은 느낌의 이야기는 역시 정유정의 스타일이 <28>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다고 본다.  역시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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