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is Clear

 

Trouble With The Curve (2012) / 로버트 로렌스 감독

 

정말 오랫만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저씨가 나오는 영화를 봤다.  많이 늙으셨다.  배우,감독,영화프로듀서,정치인등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하시는 할아버지시다.  1930년 생이시니 벌써 80을 훌쩍 넘기셨구나.  조금 의외일지는 몰라도 내가 기억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제일 멋졌던 모습은 영화 '사선에서'에 나왔던 모습이다.  영화는 최고참이며 은근히 퇴물 취급을 받던 대통령 경호원의 이야기였다.  이야기 자체는 뭐 뻔하다 치더라도 영화 중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가 제일 먼저 했던 일이 CD플레이어를 틀던 장면이 인상 깊었다.  나왔던 곡은 Miles Davis의 'Kind of Blue' 중 한 곡.  나이든 경호원이 혼자 살던 그 방의 분위기 그리고 귀에 낯설지 않은 재즈.  실제로 재즈의 굉장한 팬으로 알려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 영화에서 피아노 치는 모습까지 보여주셨다.  그 이후로 어렸을 때 피아노 배우기를 거부했던 내 자신을 후회했다는...  아, 'Trouble With The Curve' 영화를 보고 '사선에서'에 대해서만 주절거리다니.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다.  나름 잘 잡은 제목 같다.  만약 숨은 뜻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trouble with the curve는 영화 속에서 스카우터인 (역시 은퇴를 눈앞에 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며칠을 공들여 보던 유망주의 마지막 타격을 보고 한 말이다.  "걔는 커브에 문제가 있어"라고.  (그 말을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로 바꾼 사람의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영화의 내용은 특별히 튀는 것도 없고 충분히 예상 가능하며 숨막히는 긴장이라던가 짜릿한 감동도 없다.  하지만 야구 이야기인 만큼 최소한의 카타르시스 (홈런이라던가 삼진에서 느낄 수 있는) 까지는 제공하며 은근하게 웃기는 장면도 있어서 (술집에서 할아버지들이 아이스큐브를 놓고 얘기하는 장면) 보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상당한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막판에 스카우터의 딸이 묵직한 공의 소리를 듣고 진흙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자칭) '현실 판타지'까지 있었어서 그랬나?  하여간 작년에 봤던 야구영화 'Money Ball'보다 재미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만쉐이~!  지극히 미국적이고 남성적인 영화임과 동시에 극중 캐릭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었던 흔치 않은 영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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