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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2007)

영화2013. 3. 20. 12:10

행복 (Happiness, 2007) / 허진호 감독

 

허진호 감독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이야기를 잘 만든다.  그것도 무척이나 슬프게.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최근의 '호우시절'까지 내가 봤던 허진호의 영화는 쓸쓸하고 슬프지만 또한 묘하게 아련한 아름다움도 있었다.  영화 '행복'또한 마찬가지다.  죽음, 질병을 제쳐두더라도 불안하게 살아가는 남자 명수(황정민 분), 폐를 거의 들어내고 8년동안 산속 요양원에서 살아가는 여자 은희(임수정 분)의 짧은 사랑 이야기는 처음부터 슬픈 것이었다.  끝이 좋을 수는 없다는 걸 두 사람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은희의 말대로 이들에게 미래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그 자체가, 그 하루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불안하게 살아온 남자에게 한 번의 유혹은 도저히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가 그 유혹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남자는 떠난다.

 

감독이 이 영화의 제목을 '행복'이라고 명한 이유는 뭘까?  영화 속에서 명수와 은희는 아주 잠깐 동안만 행복했다.  그 둘이 함께 있을 때만 행복했다.  그 사이에 술과 담배, 옛 연인과 돈이 끼어들기 전 까지 말이다.  비록 명수와 은희에게 '행복'은 잠깐 찾아왔었지만 명수는 그것을 지켜낼 수 없었다.  나는 이 영화에서 명수와 은희 둘 모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명수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고, 내가 은희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원래 나 슬픈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데 어쩌다보니 보게 되었다.  한 10분만 봐야지 했다가 끝까지 다 보게 되었던, 은근히 매력있는 영화다.  덕분에 황정민이나 임수정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졌다.  영화 마지막에 '희망의 집'으로 다시 들어가는 명수의 뒷 모습이 인상 깊다.

 

아 참.  이 영화에 공효진이 '미친년'으로 나오는 걸 영화 보는 중에 알았다.  그냥 좀 반가웠다. ^^;

 

 

Songs of David Lewis 中 Everlasting Love

알려지진 않았지만 최고의 사랑 노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너무 멋진 데이빗 루이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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