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is Clear

굿모닝 예루살렘 (Chroniques De Jerusalem, 2012) / Guy Delisle 지음 / 서수민, 맹슬기, 이하규 옮김 (2012, 길찿기)


다큐멘터리적 만화는 첫 경험이었다.  캐나다 퀘벡의 만화가 기 들릴의 '굿모닝 예루살렘'.  과연 재미 있을까 싶었는데 읽고 나니 재미와 함께 만화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하는 아내를 쫒아 이스라엘에 1년간 살게 된 작가는 그의 독특한 시각으로 담담하면서도 신랄하게 당시의 이스라엘에 대해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일기같은 내용이다.  워낙 담담하게 얘기하기 때문에 오늘 현재 예루살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때로는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사람은 작가답게 역시 이야기 실력이 뛰어난 것 같다.  일기같이 얘기하면서도 나같으면 스쳐 지나갈 것 같은 일을 맛깔나게 소개하기도 하고 나같으면 가리고 싶은 장면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기도 하니 말이다.  이 만화를 읽으면서 작가-만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예술적 감성'이라는 것.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의 건조함 속에서도 촉촉함을 찾아내는 감성 혹은 눈이라고 해야하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의 삶이 무미건조하다 느껴질 때가 점점 더 많아진다.  1966년생 기 들릴은 (나랑 나이도 얼마 차이 안 남) 이렇게 (적어도 내 시각에서 봐서는) 자유롭게 살면서 주위의 일들을 그려가는데 나는 대체 뭐 하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내 스스로 나의 의식을 짓누르고 있어 매일 보는 것만 보고 듣는 것만 듣고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듣는게 아니라 보여지고 들려오는 그런 일들에도 애정을 갖고 관심을 두는 것이 좋겠다 싶다.  기 들릴은 평양에도 다녀와서 이 만화 같은 책도 냈다고 하고 ('평양') 그리고 버마에서의 이야기 '버마 연대기'도 우리나라에 출판된 적이 있다고 하니 어디 구할 길이 없나 오랫만에 인터넷 검색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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