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is Clear

고래와 고령화 가족

2012. 12. 29. 15:49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에서 천명관의 '고래'에 대한 찬사를 듣고 한동안 인터넷서점 보관함에 넣어 놨다가 지인에게 부탁하여 한달 걸리는 선편소포를 통해 받은 두 박스의 책 속에 들어 있던 '고래'와 '고령화 가족' 이 두 권을 읽어 봤다.  이동진의 말과  띠지의 선전대로 폭발하는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고래'였었고, 현재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단 얘기대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속도의 '고령화 가족'이었다.  독자를 갖고 주무르는 듯 거침없이 주절대는 듯한 '고래'에서는 (해설 대로) 남미의, 특히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와 같은, 현실과 비현실이 마구 섞여져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접었다 하는 소설 속 화자의 모습에서 이 사람은 타고난 소설가이구나 하는 것을 클리어하게 느꼈다.  작가 천명관은 술/담이 함께 하면 아마 말도 잘 할 것 같다.  작가가 선택한 언어의 폭도 상당히 넓어서, 아주 저속하고 날 것 같은 어휘에서부터 처음보는 사자성어까지 구사하며 소설은 아무나 끄적거려 써 내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주었다.  다음 작품 '고령화 가족'은 '고래'에 비교하여 상당히 가볍고 짧아서 수루룩 한 번에 읽어 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여기에서도 나오는 캐릭터들은 개성이라고도 하기 어려운 뭐랄까 그 독특함이 너무 강렬해서 오히려 코미디 소설이라고 할 수 까지 있을 것 같다.  물론 웃기는 장면과 허를 찌르는 대사들도 많고.  이 두 권의 소설들이 읽고 나서 뭔가 남는 그런 류의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소설=이야기이며 이야기>교훈(혹은 사상?)이라고 볼 때 그 맡은 바 역할은 충분히 해 내고 있지 않은가 본다.

 

2012/12/29 현재, 재미는 고령화 가족 > 고래.  박해일-윤제문-공효진 출연의 영화도 기대중.  영화의 각본 또한 원작자가 썼다고 하니 과연 또 어떻게 슬쩍 바꿔 놓았을지 궁금해진다.  얼핏 들은 얘긴데, 천명관이 소설가로 정식 데뷔하기 전에는 영화판에서 일했었다는... 물론 시나리오 같은 걸 썼을테지.

 

Quatermass - Black Sheep of the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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