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is Clear


무지개 여신 (Rainbow Song, 2006) / 쿠마자와 나오토 감독


그냥 잔잔한 첫사랑과 죽음에 관한 일본정서의 영화.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일본인들의 정서가 우리나라와는 참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일본사람들은 오히려 미국쪽에 더 비슷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미국의 영화에서 장례식이 나오면 검은색 자동차들의 행렬과 검은 드레스, 망사.  그리고 장례식 이후 한 곳에 모여 고인을 회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그것처럼 오열 후에 실신, 뭐 이런 것이 없다.  그런데 '무지개 여신'의 장례식.  딸을 보낸 부모와 언니를 잃은 동생의 모습에서도 역시 오열의 액션이나 깊은 슬픔 같은 이모션을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미국영화의 장례식같이 일본영화에서도 죽음을 (비교적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는다고나 할까.  그냥 조용히 애도만 하는 것 같은 느낌.


게다가 후반부의 36세 이혼녀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아 이 사람들은 도대체 화를 불같이 내지도 않고 또 나가란다고 그냥 순순히 나가주고 그런가보다... 싶다.  왠지 붕 뜬 에피소드.


20대에 봤더라면 어쩌면 감정의 호수에 조약돌 한 두개 던지는 정도의 파문이 일었을지 모르나, 중년을 바라보는 나에게는 이런 태도의 차이만이 보일 뿐이니.  마르기는 많이 말라버렸나보다.  나의 감정이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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