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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2013) / tvN 월화드라마


이 케이블티비 오리지널 드라마에는 공상과학, 액션, 멜로, 출생의 비밀 등 웬간한 것은 모두 들어있다고 봐야한다.  그런데 무척 재미도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 멜로는 조금 분량을 줄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20부작을 다 채우려면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니까.


일단 소재는 타임머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타임머신은 아니고 시간여행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사용방법을 모르는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 주는 네팔 히말라야산 향 아홉 개라니.  아니 다 합하면 열 개가 아니었었나.  형이 쥐고 있던, 형의 유품으로 선우에게 주어졌던 제일 처음의 향.  그리고 통에 들어있던 아홉 개의 향.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평행우주론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무리 없이 보기 위해서는 논리에 주안점을 두기 보다는 작가의 설정을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이고 봐야할 것 같다.  일단 향은 그 피운 사람을 정확히 20년 전으로 되돌려 놓는다. 옆에 누가 있으면 같이 갈 수 있는지 나오지는 않는데 가방은 메고 갈 수 있으나 자동차까지는 안된다.  그리고 향이 다 타버리면 있던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마지막(?) 향을 쓴 후에는 과거에서 돌아올 수 없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Fringe>의 대머리 옵저버들이 주변의 일들에 전혀 개입을 하지 않는 이유처럼, <Back To The Future>에서 마티가 자신의 존재를 지울 뻔 했던 것과 같이, 이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서도 주인공 선우가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꾸려 하다가 일이 정신없이 꼬여 버리는 내용이다.  다행히, 작가들이 드라마를 찍기 전에 대본을 완성해 놓았었는지 중간에 시간에 대한 논리(?)가 헤멘다던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드라마의 1회 시작과 마지막 20회의 끝 장면이 일치를 이뤄 주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소위 말하는 <웰 메이드> 드라마로 생각되도록 영리하게 만들어진 느낌이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의견들이 많은줄 안다.  내 생각에는... 주인공 선우는 향을 이용해 과거로 다니면서 자신과 주변인물들의 미래를 조금씩 또는 상당히 바꿔가는데 이것은 아까 언급했던 평행우주에서 이 라인에서 다른 한 라인이 파생되면서 생기게 되는 무한대의 alternate universe(? 맞나? ^^;;)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Fringe>에서는 대체 우주에서 서로는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시간여행을 하는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의 시간여행 사실을 알고 있는 주변인물들의 기억도 함께 변한다는 새로운 설정이 있다.  마지막에 눈 덮힌 산에 쓰러진 형 정우에게 손을 내미는 선우는 확실히 20년 후의 선우이며 (작가가 과거에서 죽은 선우에 대해서는 confirm 해 주었다고 하더라) 아마도 그는 1993년과 2013년 사이에 언제나 존재하는 9개(또는 10개)의 향들 중 이용하고 남겨둔 것(들)을 2032년 12월에 사용한 것이라고 봐야 말이 맞지 않은가 싶다.  (IMHO)


기대하지 않고 본 드라마 중에서, 그것도 시간여행을 다룬 국내 드라마를 이렇게 재미있게 볼 줄이야.  덕분에 과거(?) 최지우의 연인이었다는 이진욱을 다시 보게 되기도 했다.  나름 챙겨보기 바람직한, 내용이 잘 짜여진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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