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is Clear

Take Shelter (2011)

영화2014. 5. 23. 21:05

Take Shelter (2011) / Jeff Nichols 감독


와...내 취향에 딱 맞는 영화.  정말 멋진데! ^^;


영화를 굳이 해석하려고 하면 여러가지 방향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 커티스가 두려워하는 폭풍이 현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나는 주인공을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넉넉하진 않아도 그럭저럭 현재를 살아나가기에 부족함까지는 없는 가정에 열심히 살고자하는 아내와 청력에 문제가 있지만 다행히도 회사의 의료보험을 통해 돈 들이지 않고 수술까지 받아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폭풍은 예고없이 갑자기 커티스에게 엄습해온다.  그에게만 보이는 것일까?  예지몽일까?  아니면 그가 두려워하는대로 정신병의 발현일까.  가족 병력이 있기에 커티스는 더욱 불안하다.  어쩔 수 없이 storm shelter를 준비할 수 밖에 없다.  임박해오는 폭풍우가 너무 두렵기 때문.  일은 점점 꼬여 회사에서도 해고당하게 되고 그러니 딸아이의 수술비가 버거워진다.


나에게도 어느날 먼 지평선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폭풍이 보인다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한 셸터를 만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셸터를 만든다는 것이 정말로 땅을 파고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등의 행동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면 분명히 벌어질 것이라 믿는 미래의 사태를 위해 준비하는 모든 것이 나름대로의 셸터가 되어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준비를 너그러이 이해해주진 않는다.  영화에서처럼 정신병자로 몰릴 수도 있고 음모론자로 간주될 수도 있다.  과민반응이라고 비웃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회의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내가 너무 오버한건가?  내가 좀 미친거였나?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 희망을 보여주는 듯 하다.  비록 거대한 폭풍우가 재난이긴 하지만 커티스의 입장에선 그 폭풍은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잘은 몰라도 많은 수의 사람이 자신이 미쳤거나 혹은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하려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관점과 다른 나의 생각에 대해 고민하고 괴로워한 후에 결국 나의 생각과 행동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커티스가 딸을 안고 아내를 돌아보는 그 표정은 참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커티스와 그 가족이 만들어 놓은 셸터에 무사히 들어가는 것까지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은 별로 중요하진 않은 것 같다.  영화 속에서 폭풍이 현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면... 나는 지금 내 셸터를 준비하고 있는거냐?  예전에는 뭔가 그래도 좀 해보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다시 현실에 숨가빠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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