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is Clear

일 대 일 (2014)

영화2014. 6. 5. 20:55

일 대 일 (2014) / 김기덕 감독


근래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은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일이 많던데 이 영화 역시도 그런 구설수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 같고 결과적으로는 일주일만에 DVD출시라는 오명(?)을 얻었던 거다.  DVD 사기를 포기한지 이미 오래된 내게는 어둠의 경로가 있어서 어떻게 그 경로를 통해 보게 되었는데...  영화라기 보다는 연극같은, 일부러 과장되게 표현하여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고생을 죽이는 것에 이유가 없는 것 같이 이 영화 속 내용의 설정은 확실히 개연성은 없다.  그러니까 감독이 전하고자하는 주제 ('나는 누구인가?')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던 듯.


개인적으로 뭐 별로 잔인하지도 않았고 전개가 그리 파격적이지도 않았던 쏘-쏘한 내용이었지만 영화 속 주인공격인 마동석이 계속해서 설파하는 '뭔가 잘못된 이 세상'은 마침 세월호 참사와 6/4선거를 치룬 우리들에겐 시기에 맞아떨어진 무언가가 있기도 한 것 같다.  멀게는 80년의 광주항쟁에서, 가깝게는 몇 주 전 세월호 참사때문에 모였던 사람들을 끌고가던 장면에서, 나는 과연 어느 쪽에 서 있었던 것이었을까.  주인공은 군대에서는 가해자로 한 후임병을 이유없이 때린 사람.  나도 내 욕망을 위해 남을 짓밟는 일을 하지 않았던가 하는 의문.  여하튼 이쯤에서 감독의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대답을 해 봐야될지도.


나는 authority에 순종하는 sheeple인가?

나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나는 그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앙갚음하려고 하는가?

나는 뭔가 해보려다가 역시나 좌절하고 마는가?

나는 누구인가?


Jeremy Locke의 <The End of All Evil>을 읽다가 마침 이 영화와 연관있어 보이는 구절이 있어서 잊기 전에 적어놓는다.


  "Once people are conditioned to accept the notion of authority, they normally obey without thinking. 

   The object of law is obedience, and the destruction of freedom is found in the blindness of this obedience.    The authority principle shows that even when a person would normally believe an action to be wrong, 

   if ordered by an authority, they will still perform it."


  "사람들이 일단 권력의 개념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지게 되면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그에 복종하게 된다.

   법의 목적은 복종이며 이 맹목적인 복종에 의해 자유는 파괴되는 것이다.

   이러한 권력의 법칙이 보여주는 바, 아무리 한 개인이 어떤 행동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일단 권력이 명하면 그는 결국 그 명령을 수행하게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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