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ath is Clear

Porcupine Tree 다시 듣기 (5)

 

Porcupine Tree - Stupid Dream (1999)

 

- One Music Entertainment East Rock 2000 (ERCD 320)

- Lava Records 2006 (SMACD913)

- WHD Entertainment 2008 (IEZP-7)

- Gates Of Dawn 2006 (GOD 011)

 

1. Even Less (7:11)
2. Piano Lessons (4:21)
3. Stupid Dream (0:28)
4. Pure Narcotic (5:02)
5. Slave Called Shiver (4:41)
6. Don't Hate Me (8:30)
7. This Is No Rehearsal (3:27)
8. Baby Dream in Cellophane (3:15)
9. Stranger By The Minute (4:31)
10. A Smart Kid (5:22)
11. Tinto Brass (6:17)
12. Stop Swimming (6:53)

Total Time: 58:28

 

 

내가 PT에 꽂힌 계기가 된 음반.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내가 제일 처음 샀던 PT의 음반은 'On The Sunday Of Life'일 것이다.  왠지 처음부터 시작하는게 맞을 것 같은 생각에, 그전엔 70년대 프로그만 주구장창 들어오다가 바람에 흔들려 사게 된 콘템포러리였으니 귀에 제대로 들어올리 만무하였겠지.  아마 몇 번 들으려고 노력하다가 팔아버렸던 것 같다.  그러고나서 2000년에 이 음반이 놀랍게도 라이센스화 되었을 때 (그 당시 수입음반에 비해) 싼 맛으로 사서 들은것이 그만...  지금은 이들의 팬이 되어버리게 된 것이다.

 

'Stupid Dream'은 사실 '프로그레시브 락'으로 부르기엔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긴 곡도 없고, 난해함도 적다.  그렇지만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와 훌륭한 연주 실력, 분명히 1999년보단 앞서 있는 세련됨까지, 이 음반은 메인스트림 PT의 포문을 완전히 열어준 (좀 과장을 하자면) 기념비적 음반이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나는 Barclay James Harvest의 1979년 앨범 'Eyes Of The Universe'를 감히 프로그 락의 범주로 간주한다.  사운드를 얼핏 들으면 그냥 디스코풍의 곡들로 들릴 수 있으나 1979년 발매된 다른 음반들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그 곡들의 연주와 세련됨은 분명히 '진보'되어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제 길로 돌아와, 같은 맥락으로, PT의 'Stupid Dream'도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삼아 자신들의 방식으로 새로운 '진보'를 이루어 낸 음반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길 하고 싶다.  물론 '진보'와 '프로그레시브(락)'가 이 방면에서 완전히 같은 뜻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고 할 지라도 말이다.

 

2000년쯤만 해도 좋아하는 음반을 반복해서 들으며 CD부클렛을 읽고 또 읽고, 심지어는(!) 가사까지 체크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가사는 이해하지 못했고 (물론 아직까지도) 그저 기타 리프정도 즐기던 시절.  지금 다시 들어보니 기타는 물론이요 둔탁한 베이스와 통통튀는 드럼까지 예전보다 많은 연주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좋은' 음악이라는 것이 들을 때마다 새로운 면도 있다고 하면 이 음반에 담긴 곡들은 역시 좋은 음악들이다.  이전 3, 4집은 SW에 의한 RB의 재발견.  'Stupid Dream'에서는 RB가 뒤로 약간 빠져주면서 CE과 CM가 제 위치를 찾아주는 듯한 모양이다.  리듬파트의 견고함이랄까 다채로움이 돋보였던 음반.  진정한 프로그레시브함이란 예전 스타일의 답습 또는 재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가 아닐까 괜히 심각하게 한 번 표현해본다.  하여간 듣기 좋은 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