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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2001)

2013. 3. 21. 09:35

칼의 노래 (2001) / 김훈 작

 

충무공 이순신의 말년을 소설로 그려낸 김훈의 '칼의 노래'는 문장이 상당히 끈적한 느낌이다.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눈 주위에 묻기만 하고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천천히 오물오물 읽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단숨에 확 읽어버리기에는 버겁다.  출퇴근 전철 안에서 이 책을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특히 피곤한 퇴근길에서 무겁고 끈적한 이야기를 읽는 것은 더욱이 쉽지 않았다. 

 

나의 관념 속의 이순신 장군은 강하고 절대로 굽힘이 없는 사람이었으나 김훈의 소설 속 이순신 장군은 육체의 약함과 정신의 번민에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일종의 경외심을 퇴색시키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간적인 장군의 모습이 안타깝고 짜증나는 당시 조정의 (현재의 정부도 아직까지 똑 같은 짓을 되풀이하고 있음) 상황과 겹쳐 경외심에 더해 연민까지 갖게 되었다.  김훈은 (아마도 일부러) 거북선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일반적으로 대중이 가지고 있는 '변색'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보다 더 인간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고 있는 분이기에 거북선이라던가 한산도 대첩이라던가 하는 것이 때로는 과장되고 때로는 신화적인 모습으로 많이 변형되었을 텐데, 작가 김훈은 그 분의 (어떻게 말하면) 대중적인 것들은 좀 제쳐두고 여태까지와는 다른 면을 보고 싶어했었던 듯 싶다.  읽기 쉽지 않은 소설이었지만 해상 전투 장면들을 읽으면서 오랫만에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무척이나 비쥬얼한 읽기를 했다.  (보통 이런 읽기는 영화화된 소설을, 영화를 본 후에 읽는 경우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또한 작가는 책의 말미에 충무공의 히스토리와 주위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을 덧붙혀 놓았다.  실존 인물에 대한 소설에서 이러한 자료는 책을 읽은 후 마무리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룻 밤 자고 떠난 여자에 대해서까지 기록해 놓은 이순신 장군.  그 분의 또 다른 면을 본 것 같다..

 

이 책은 박산하라는 만화가에 의해 세 권의 만화책으로도 출간되었다는데 애들을 위해(서라는 핑계) 사서 보고 싶다.  더불어 김훈의 최근 작도...

 

 

Peter Paul and Mary - The Cruel War (2nd Single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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